“정말 볼품없는 거 알아요?”
라피에르 대공이 내 앞길을 망쳤기에, 나 또한 그에게 똑같은 굴욕을 주려 했다.
그렇게 그의 저택에 침입해 그를 괴롭히려 했다.
“뭘 먹인 건가?”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이 마신 물에 뭐가 섞였게요?”
거짓말도 조금 섞어서.
“황녀, 후회할 텐데.”
그렇게 그가 죽고 싶어질 정도로 조금만 괴롭힐 생각이었건만.
“어머나, 지금 좀 간질였다고 좋아하는 건가요?”
방심하던 찰나,
“꺄악!”
반대로 그에게 잡히게 되었다.
“꼴이 우습게 됐군요, 황녀 전하.”
게다가 달아나려던 순간 게이트가 닫혀버리는 바람에 벽에 끼이고 말았다!
그렇게 허공에 매달리게 된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결국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여러 번,
그와 그렇게 나름의 욕구만 채울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황녀 전하.”
“왜 불러요?”
잠자리가 끝났기에 적당히 돌아가려던 찰나,
함께 있던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물어보았다.
“우린 무슨 사이입니까?”
그가 그런 질문을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쉽게 말이 흘러 나갔다.
“증오하는 사이요.”
몸을 나누었더라도 그가 내게 했던 만행은 잊지 않았기에.
“….”
다만 그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건만.
“…그렇, 습니까….”
그의 상처받은 표정을 보니 무언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감정이 들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 기회를 빼앗고, 내가 가장 바라던 걸 부쉈으며, 내게는 그저 보기 좋고, 몸이나 만족시켜주는 아름다운 존재일 뿐이었으니까.
“그럼 제가 전하의 꿈을 이뤄드리면, 우리 사이는 달라질 수 있는 겁니까?”
그가 그렇게 묻는 데에도 그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래요.”
다만 그 말 때문에 그가 미쳐버릴 줄은 몰랐을 뿐이다.